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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로 간 사람들

노일강변에서 만드는 아름다운 인연

강변을 붉게 물들이며 지는 해를 바라보는 중년부부의 마음엔 그들의 세월이 투영됩니다.
그 마음을 들여다 볼 순 없지만 지나간 세월의 무상함일 것이라 쉽게 말 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들 부부는 앞으로도 이 석양을 영원한 동반자가 되어 바라볼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병일(49)·김현희(47)씨 부부가 머물고 있는 홍천 노일강변을 찾은 것은 늦가을의 해질 무렵이었습니다.

금학산 자락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는 낙엽의 스산함도 그렇지만, 강변을 붉게 타오르게 하는 낙조의 아름다움이 차디찬 노일강변에 몸을 담구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그들 부부가 왜 3년 동안이나 이곳을 찾아다녔는지를 알 것 같았습니다.

함께 가는 길, 부부의 동행

홀로 가는 길의 쓸쓸함을 아는 사람은 ‘우리’가 되는 ‘너’와 ‘나’의 소중함을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너’가 빠져도 안 되며, ‘나’가 빠져서도 안 됩니다. 반드시 ‘함께’일 때라야 ‘우리’가 될 수 있습니다.

김병일·김현희씨 부부는 그러한 동행의 의미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조금은 쓸쓸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얻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사람을 알아 가는 것이 그 중 하나입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사람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김병일씨는 비록 함께하진 못하더라도 주변의 사람들이 자신에겐 모두가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젊어서 주변의 사람들은 오직 남일 뿐 자신과는 별개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떨 때는 자신을 위해 그들이 존재한다고까지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젊었을 땐 ‘우리’라고 하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이용가치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모여진 것이라 생각했죠. 틀린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하다는 건 더하기·빼기와는 다른 거라 생각해요.”

너무도 당연한 말입니다. 누구나가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잊고 지내는 것만 같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이용한다는 거 그렇게 나쁜 거라 생각되진 않아요. 외로우면 친구를 찾잖아요. 그것도 결국 이용하는 거잖아요.”

부부는 역시 닮아가나 봅니다. 김현희씨 역시 남편과 같은 생각입니다.
“내가 누군가를 필요로 했다면, 그 누군가도 언젠가는 나를 필요로 하게 되는 때가 올 거라 생각해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건 그런 게 아닐까요?”

‘신뢰’가 전제된 동행의 관계가 바로 ‘아름다운 동행’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간의 올가미에 갇힌 도시를 떠나 …

부부가 지나간 시간에 있던 공간은 도시였습니다.

남편 김병일씨는 조경학을, 부인 김현희씨는 국어교육학을 전공했습니다. 이전에는 청주에서 살았는데 남편은 수안보에서 온천을, 부인은 입시학원을 운영했습니다.

그러다 부인이 혼자 학원을 운영하며 힘들어하는 것이 안타까워 남편은 온천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부인의 일을 돕게 되었습니다.

“도시에서의 생활은 출근 시간, 근무시간, 점심시간 등 모든 것이 시간, 시간, 시간이었어요. 마치 내 자신이 시간이란 무형의 올가미에 얽매여 있는 것만 같았죠!”

부인의 말에 남편도 긍정을 하며 고개를 끄덕여 보입니다.
그런 시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 모릅니다. 젊은 시절을 모두 도시에서 보냈던 부부는 나이가 들면서 시골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조용하고 고요함 뿐인 시골일지라도 족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아이들만 바라고 살 순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사회에 나가게 될 쯤에는 그들 부부는 늙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 부부도 노후를 생각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펜션이란 단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펜션은 그들 부부가 도시에 살며 힘들어했던 시간들을 해소해 줄만큼의 소중한 꿈으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교육을 받아야 하는 시기였습니다. 생각이야 당장이라도 학원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럴 순 없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아이들에게 해 주어야 할 부모의 역할이 아직은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펜션은 곧 전원생활

‘아름다운 동행’은 부부가 노후를 위해 홍천 노일강변에 마련한 펜션입니다. 부부가 앞으로 평생을 살아갈 집이지만 좋은 사람들이라면 언제든 환영한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습니다.

지난 4월 중순부터 짓기 시작한 집은 8월에 완성되었습니다. 처음 이집을 지으면서 그들 부부가 가장 신경 쓴 것은 건물의 설계였습니다.

이미 청주에 있는 학원 건물을 지으면서 건물의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 가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설계하는 데만 9개월여의 시간이 소요되었으니 그 공들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3년 정도를 다녔어요. 안 다녀본 곳 없이 펜션과 민박을 다니며 준비를 했어요.”

부부는 지난 3년 동안의 주말을 대부분 지금의 펜션, ‘아름다운 동행’을 위해 투자 했습니다.

“처음엔 펜션이라는 게 겉에서 보기엔 너무나 낭만적이고 멋져 보였어요. 하지만 그것만으로 펜션운영의 모든 것을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여행도 하고 펜션 건축과 운영상의 공부를 하기 위해 다니면서 느낀 것은 펜션 주인의 색깔들이 다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펜션은 주인이 너무 사무적이어서 인간적인 교류를 할 수 없었고, 어떤 펜션의 주인은 부부만의 시간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곁에서 계속 눈치 없이 말을 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펜션의 주인은 먼저 술에 취해 부부가 그 술주정을 받아야 했던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함께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휴식을 위해 찾아 온 사람들에게 개인성을 존중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깨달은 건, 말 그대로 ‘적당히’가 가장 좋다는 것이었어요. 물론 그 ‘적당히’란 말의 잣대가 애매하긴 하지만요.”

그렇게 부부는 펜션이라는 게 생각처럼 간단하거나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펜션을 운영하면서 힘든 일이 더욱 많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한 사람에게도 무성의하게 대할 순 없었어요.”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는 것이 이들 부부가 내건 슬로건입니다.

“우리야 늘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지만, 손님의 입장에서는 큰 맘 먹고 오는 여행이잖아요.”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등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특별한 이유를 가지고 찾아온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동행’과 맺은 인연

부부라는 인연으로 그들이 살아 온지도 어느 사이 강산이 몇 번 바뀌었을 정도로 지났습니다.

백년가약을 맹세하고 살아온 지난 세월은 그들 부부에게 ‘신뢰’를 쌓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들 부부는 서로에게 존칭을 쓰고 있습니다. 편하게 대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해 주려는 마음 때문입니다.

김병일·김현희 씨 부부는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평생을 함께 동행 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하루하루를 서로에게 ‘신뢰’할 수 있는 남편과 부인이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신뢰’라는 것은 언제든 끊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진 부부의 ‘신뢰’는 결코 끊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행일지라도 그 인연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닙니다. 때론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할 때가 있는 것처럼 싫더라도 함께 가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동행’에서 그들 부부가 만나게 될 사람들이 모두 좋은 인연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좋은 인연이 되기를 바랄 수는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그들 부부와 사람들이 인연을 맺게 될 이 장소가 ‘아름다운 동행’인 것입니다.

웃음이 쉽게 전염되는 것과 같이 부부의 ‘아름다운 동행’이 그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으로 전염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 글쓴이 : OK시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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